[눈비바람]사이클링의 정반합, 그래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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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흘리 임도


사이클링 외골수들

캠핑 좀 즐긴다는 사람들이 전기와 샤워장까지 갖춘 편의시설이 완벽한 캠핑장을 마다하면서 인적 드문 산속 나만의 캠핑 스팟을 찾고, 등산에 일가견 있는 사람은 등산객으로 즐비한 인기 있는 산보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개척한다든지. 양식장에서 낚시하는 것보다 배낚시, 바다낚시를 선호한다든지...
그래블도 어떻게 보면 사이클링에서 약간 외골수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매료되는 분야다. 라이더도 차량도 없는 길을 자전거로 호젓하게 즐기기를 원하는 부류.

하지만 이 외골수들의 항변이 나름 이유가 있다. 자전거 도로가 번듯한 한강변은 시민들의 공원이기 때문에 보행자, 자전거를 타는 노약자와 어린이,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도로이다. 때문에 '이곳은 자전거 도로인데 왜 이렇게 방해요소가 많은가'라는 불평을 하다가 자전거의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차도에서는? 이륜차로 분류되는 자전거는 차도에서도 마지막 차선의 주행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속도가 빠른 자동차들 사이에서 자전거 운전자는 편안하지 않다.

사이클링 외골수들은 끊임없이 자전거 유토피아를 찾는다. 그곳이 바로 그래블!



30km 임도에 대비하여 식량과 물을 적재한 그래블 바이크 


난이도는 중급부터

그렇기 때문에 그래블바이크를 진성 그래블로 타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난이도 중급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코스를 계획하는 것부터 난관인데, 산속은 로드뷰가 없는 것이 기본이고 거짓말처럼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산속에는 편의점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체력을 가늠하지 못한다면 물과 식량보급이 미흡해서 완주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기재 트러블에 대비할 수 있는 소양도 지녀야 하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블을 즐기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이제 갓 입문한 초심자의 경우보다 오랫동안 로드바이크를 즐기다가 그래블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AM5:30 미시령 시작


미시령-진부령

올해부터는 일기예보를 믿지 않기로 했다. 비 온다고 해서 한 달 전부터 잡았던 라이딩 약속을 취소했더니 그날 하루 종일 해가 쨍쨍해서,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진 적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약속한 날짜에 비 예보가 있다면, 우천에 만만의 대비를 하고 움직이는 것으로 방법을 변경했다. 그랬더니, 어김없이 비와 함께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웃음) 극악의 상황에서 장비를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극한 테스트를 하게 되더라. 새 장비가 망가지는 꼴이 일상다반사라, 조만간 한데 모아 장비 찐-후기도 가능할 정도다.

안 그래도 동트기 전이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데 빗줄기가 시야를 가려서 전방 확보를 아예 포기하면서 어둠 속에서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우중 라이딩은 체온 유지와 가지고 있는 액세서리류의 방수가 관건인데, 초반부터 미시령을 오르는 코스라 50분 정도는 페달링으로 몸에 열을 올리며 춥지 않게 빗속을 달렸고, 카메라, 속도계, 심박계, 애플워치, 핸드폰, 라이트 등 몸에 지니고 있는 여러 액세서리도 장대비 속에서 망가지지 않고 잘 버텼다. 이 중 카메라와 핸드폰은 사전에 방수 가방에 넣어두었고, 라이트는 빗물이 내부에 직접 투입되지 않도록 절연 테이프로 충전단자 입구나 버튼 주변을 봉쇄해두었다. 


미시령 중반부터 비가 잦아들었다


다운힐은 그래블바이크라 47mm의 넓은 타이어 덕분에 빗길에 미끄러질 염려는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만 지대가 높은 곳이라 기온이 낮은데 내리막이라 추위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문제였다. 뭐 별 수 있겠나. 이럴 때는 지체하지 않고 신속하게 내려가는 것이 답이다.

진부령부터는 비가 그쳤고, 안개 자욱한 장관이 펼쳐졌다.

도로는 한산하고 인적은 드물었다. 코스는 30km 공도와 30km 임도로 계획했는데, 30km 공도를 미시령 포함해서 넉넉하게 1시간 30분 정도 달렸다면, 임도 30km를 주행하는 데는 3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임도는 공도처럼 시속 25km 이상으로 달리는 것이 어렵다. 전체 코스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쉽게 속도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중라이딩 끝에 마주한 장관





진부령에서 흘리임도로



흘리임도-장신임도-수성샘터임도

흘리는 진부령 기슭에 자리 잡은 산촌인데, 이 흘리 일대의 면적이 꽤 넓다. 더러는 (지금은 폐장한) 알프스리조트 일대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노면 자체가 고르고 큰돌이 많지 않아, 그래블 초심자라도 쉽게 주행할 수 있는 코스였다.
주말 아침 시간이라 만약 이름난 산이었다면 등산객과 함께해야 해서 조심스러웠을 테지만, 흘리에서 등산객은 한 팀도 만나지 못했고,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엠티비 4인 그룹을 한번 만났을 뿐 전반적으로 고요한 코스였다. 단, 두세 곳 공사하고 있는 포인트가 있어 주행 중 클릿을 풀고 짧게 걸어야 하는 구간이 있다.



비에 젖은 신발 햇볕 건조


흘리임도 전망



장신임도


흘리임도는 장신임도와 연이어 달릴 수 있어, 자칫 싱겁게 느낄 수 있는 코스를 충분히 길게 달릴 수 있었다. 장신임도까지 정신없이 달리고 나면, 다시 공도로 내려온다.

로드바이크로 달렸다면, 그렇게 좋은 컨디션의 도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텐데 뇌가 울릴 정도로 덜컹거리는 오프로드를 한 시간 이상 타다가 포장도로로 내려오면... 세상 그렇게 부드러운 노면이라 생각되지 않을 수가 없다. 버터스무스-


진흙 투성


수성샘터임도


수성샘터임도는 고성산의 산림욕 산책코스다. 그래서 노면이 전반적으로 잘 다져져 있다. 군데군데 올라온 나무뿌리 정도만 조심하면 충분히 편안하게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보행자가 많지 않은 일부 코스만 주행해서, 마주친 등산객은 한 팀뿐이었다.



고성군 죽왕면 가진리 가진해수욕장



사이클링의 정반합, 그래블

나는 모든 취미와 스포츠 활동의 본질이 정신 수양에 있다고 본다. 등산이든 캠핑이든... 그도 아니면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낚시 같은 종목도 모두 정신 수양으로 수렴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특정 행동을 하게 되는 경위가 다르고 동작이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주는 것이 제각각이지만, 그 행동의 본질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마음 깊은 곳부터 쓰다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전거를 탔을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을 꼽으라면, 모든 갈등을 배제하고, 어제보다 오늘의 나를 더 사랑하게 되는 자기애의 시간을 가졌을 때 만족스럽다고 느낀다.

꼭두새벽부터 유난 떨며 바지런하게 거사를 준비하는 것, 궂은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일을 진행해서 무사히 코스를 정복하는 과정과 한 시간 가까이 오르막을 쉼 없이 올라갈 수 있었던 끈기, 평소 갖고 있던 복잡한 고민들은 훌훌 털어내고 정신없이 오프로드 다운힐을 질주하는 시간, 탁 트인 바다를 보며 해방감을 느끼는 것들이, 이런 것을 수행했기 때문에 즐겁다기보다 모든 길을 주행하며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자체에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찐-그래블은, 사이클링에서 환경적 방해 요인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자전거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종목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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