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s Review]너는 이제 꽃길만 걷거라 : 트렉 퓨얼EX 프로젝트원

1. 안녕하세요, 저는 트렉 프로젝트원 퓨얼EX의 주인입니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새벽에 엠티비 끌고 동네 뒷산에 올라가 (누가 들으면 미친놈이라 할 정도로) 시원하게 소리 지르며 임도를 활주하고는 했습니다. 정신이 맑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풀어내고 오니 불면증도 사라지더군요. 이렇게 산악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게 한 십 년 전 일거에요. 그 때는 이십 대 중반이었습니다. 자전거 욕심일랑은 아무 것도 없었죠. 그저 뭐든 타기만 해도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를 수록 나이에 비례해 맡게 되는 책임과 역할이 커지고,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이며, 한창 성장하는 회사에서 요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면 '인생, 계획적으로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저는 매 순간 뜻하는 바를 아등바등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자전거로 삶에 활력을 얻었던 그때를 그리워 하면서요.

잦은 회식 때문인지, 저녁 식사에서 멈추지 않는 거래처 접대 때문인지, 걸어다니는 시간보다 운전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이십 대의 호리한 체형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몸매 마저 아저씨입니다. (어렸을 땐 이 정도면 잘 생겼다 자신 했었는데 말이죠.) 와이프는 그리 자전거가 사고 싶으면 사도 괜찮다고 허락했지만, 맞벌이 부부 아껴가며 서울 생활 하는데 저 혼자만 취미 한답시고 사치를 부릴 수 있나 싶어 망설였습니다.

그렇게 한 삼 년을 망설였나봅니다. 언젠가는 좋은 엠티비 하나 장만해서 주말에 산에도 가고, 지방 출장 갈 일 있으면 자전거 싣고 가서 저녁에 산 공기도 들여마셔보자며.
와이프가 허락해줘도 덥썩 자전거를 사기엔 미안했기에, 몇 년 동안 꾸준히 적금도 모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십 년 전 행복했던 그때처럼 시작해보려 합니다.



2. 저는 제 감각보다, 랩사장님의 감각을 믿어요

LAB306의 사장1을 꽤 오래 전부터 알았습니다. 이 사람이 콧수염 기르고 파마 머리에 정비할 때 성깔 부리는 것도 좀 유별나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간 봐오니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마음에 드는 것은 물론, 디테일을 잡아주는 것도 좋더군요.
회사에 찌들어서 살았던 지난 몇 년 동안 자전거 트랜드도 많이 변한 것 같아 요즘은 사람들이 엠티비 중에서도 어떤 걸 타는지 감도 안 오고, 디자인은 뭐가 괜찮은지도 잘 모르겠고. 저에게 남아있는 취향이라곤 '스램의 남자다운 변속감이 좋다' 정도 였습니다. 사실, 누가 옆에서 요즘은 시마노가 더 좋다고 말하거나, 폭스보다 락샥이 최고라고 말해도 제가 좋아하는 몇 가지 취향이 있었죠.

그거 말고는 제품부터 컬러 선택까지 전부 사장1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뭐- 누군가는 '사장1의 선택에 맡길거면 스탁 모델을 사도 괜찮을텐데, 왜 굳이 프로젝트원을 선택하냐'고 물을지도 모르죠.




TREK, PROJECT_ONE




Assembled in the United States





도색을 진행한 사람의 서명 : Artist Sign


3. 설레는 시간들

일단 첫 번째는 프로젝트원을 준비하는 기간이 마치 이십 대 중반 자전거로 설레였던 시간처럼 즐거웠습니다. 사장1이 몇 가지 디자인 시안을 보내주면 그걸 가지고 고민하는 것도 재밌었고, 어렸을 때처럼 밤마다 자전거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요즘 사람들이 타고 있는 자전거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그 시간만으로도 야산을 질주 했던 이십 대가 떠올랐달까요. 하하-

두 번째는 앞으로 몇 년은 탈 자전거라고 생각하니 디자인까지 조금 특별한 선택을 하고 싶었죠. 사장1의 감각을 전적으로 믿었지만, 사장1 혼자서 컬러 블렌딩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가 도운 것이죠. 도움을 받긴 했지만, 한 달 반 걸려 도착한 자전거를 보니 제가 낳은 자식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이건 너무 과한 감정 이입이겠죠. 하하

세 번째는 의도치 않게, 프로젝트원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더군요. :)
엠티비를 탔던 이십대를 미화하며 몇 년을 '자전거 타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 한 달 반 못 참을까요. 하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서 언제 자전거가 올지 기다리는 시간도 설레고 즐거웠습니다.




4. 트렉 퓨얼EX_프로젝트원 : 제품소개

산악자전거 범주에서, 빠르게 언덕 오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XC 카테고리, 어떤 거친 지형이라도 (설사 몸체 만한 바위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도) 눈 깜짝할 사이에 내리막을 주파할 수 있게 디자인한 엠티비를 다운힐 카테고리에 넣는다.
XC와 다운힐을 양 끝으로 놓는다면 그 중앙에는, 적당한 언덕 수행 능력과 괜찮은 다운힐 주파 능력을 겸비한 트레일이라는 장르가 있다. 트레일이라는 장르는 XC와 다운힐처럼 촌각을 다투는 경기 운영 능력보다 산 자체를 즐기는 사람을 위한 범주를 말한다. : LAB306의 로드쟁이Roadie참새들을 위한 트레일 장르 간략 소개 :)

얼마전까지만해도 트레일이라는 범주는 국내에서 꽤 애매한 축에 속했다. 'XC하드테일처럼 빠르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올마처럼 편하지도 않아. 애매하군'. 하지만 이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프레임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고, 포용할 수 있는 서스펜션 트래블 길이도 늘어나, 산악계의 팔방미인이 되고 있는 추세다. 언덕에서는 XC같고, 내리막에서는 다운힐차 같은.

퓨얼EX는 팔방미인 트레일 바이크로, 야산은 물론 혼자 한갓진 산을 즐기는 이 퓨얼EX 주인에게 안성맞춤-
 



F1에서 영감을 받은 트렉과 폭스의 기술, RE:aktiv 리어샥



미노링크로, 업힐에서는 XC처럼 내리막에선 다운힐차처럼 헤드튜브 각도를 조정




미노링크의 로우, 하이




29인치 바퀴로 장애물 주파 능력 UP! 주행 속도 UP!





직선 다운튜브로 인해 더 나은 강성 확보



직선 다운튜브를 가능케 해준 KNOCK BLOCK




일정 각도 이상 핸들바가 돌아가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 : 앞 포크가 다운튜브에 닿지 않도록 :)



DMRBIKES Pedal, VAULT 180,000원





Color Blended by LAB306: Blue steel and Gold Rush


5. 마무리 : 꽃길

삶에서 자전거가 사라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십 년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전거를 불러오기까지 이리 오랜 시간과 노력, 결심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죠.
지금까지는 저의 일상이지만 제가 끌려 다녔는데, 이 녀석을 계기로 저의 하루는 제가 디자인 하기로. 그리고 자신과의 타협은 조금씩 줄여나가는 걸로. :) 이 녀석과는 꽃길만 걸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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