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today]#bikeshoplife | 작년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0. 좋은 것은 여전히 좋았지만

랩의 일상을 기록하는 글은, 여름에 한 번, 겨울 초입에 한 번씩 쓰고 있다. #bikeshoplife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지난겨울 랩투데이를 쓰지 않아 이번 일상 기록은 거의 1년 만의 기록. '왜 랩투데이를 올리지 않느냐'라는 항의는 두 번 정도 있었지만, '사장2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랐다. 뭐든 올리기만 한다면 그걸로 족하다' 류의 다독거림이 같이 따라왔었다. (하지만 다독임과는 별개로 독촉은 늘 감사하다.)

혼자 보는 일기였다면 왜 기록을 마다했겠는가. 랩투데이는 일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을 기록하지만 약간의 편집을 필요로 한다. 기록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히 적지 않는다. 하지만 꼭 표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솔직한 내면과 의연한 얼굴 사이에서 줄도 타야 했다. 예를 들면, 죽을 만큼 아팠지만 조금 아팠던 걸로, 엄청 행복했지만 약간 기분 좋았던 것으로, 둥글고 넓고 크게 뭉뚱그릴 줄 알아야 했다.  

사장1과 2의 업계 경력을 합치면 도합 20년이 넘을 텐데, 방앗간 주인으로서의 최근 3년은 베테랑답지 않게 '일과 행복을 분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방앗간의 주인이 되니, 상대 얼굴에 퍼진 아주 옅은 미소에도 기분이 좋아지고,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았던 대목에서 심장이 아리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좋은 것은 여전히 좋았지만, 아픈 것이 더 깊이 들어올 때가 많았다. 아픈 게 무뎌질 땐 행복을 느끼는 회로도 덩달아 같이 무뎌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즐거운 일이 많이 쌓여, 스스로 말하지 않고는 못 베길 때까지 두 주인 스스로 두 주인을 기다리느라 랩투데이가 늦었다.



살짝 심심해 보였던 프레임에 작은 아이템으로 재치 한 방울 추가


1. 차라리 마돈이 쉽다

마돈은 전용 부속이 많기도 하거니와, 아무리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조립 매뉴얼을 읽지 않으면 조립하기 까다롭다. 마돈 뿐만 아니라 요즘의 에어로바이크가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에서 미캐닉조는 '차라리 마돈이 쉽다'고 한다.

그에게 굳이 어려운 것을 꼽으라면 (조립에 있어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팔리, 파이어플라이나 바움이 더 어렵다고.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다른 표현을 빌려와야겠다.

컬러링북으로 치면 마돈은 아주 색칠하기 어려운, 난이도 상의 색칠공부 페이지다. 왼쪽 그림처럼 부엉이가 이미 그려져 있고 색칠하기만 하면 되지만 복잡하게 칸이 작게 나누어져 있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조금 애를 먹을 수 있다. 이 부엉이를 색칠해달라 요청한 사람은 부엉이에 색상만 입혀주면 된다.

하지만 조립 이상의 작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친구들은 백지 스케치북을 가져와서 전설의 수호동물을 그려달라고 말하곤 한다. 색칠은 당연하고 말이다. 이 작업을 요청한 이들은 붓 터치 하나하나에도 깊이 영감을 받고 감동할 줄 아는 소양까지 갖추고 있다.

두 번째 부류를 위해 미캐닉조가 한 번은 프레임에 그림을 그린 적도 있었고, 없는 부속을 만들었던 적은 더 많았다. 신기하게도 첫 번째 부류는 이런 작업을 해도 알아채지 못하고, 이런 디테일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두 번째 부류는 미캐닉조의 크리에이티브와 기지奇智를 너무나도 높이 평가해, 그에게 부담과 압박을 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것이 편하단다. 하지만 작업 한 번으로 혼이 다 빨려나갈지언정 마니악 한 라이더와의 교감도 매력이 넘친단다. (제3자가 보기엔 미캐닉조 또한 두 번째 부류의 피가 흐른다.) 



이 깜찍한 볼트는 자전거 주인의 취향과는 관계없는, 미캐닉조의 자기만족



키다리 고무나무 분 옮겨주는 날 / 혼자 보기 아까운 식물 잎사귀 봉우리


2. 키다리 나무들

랩의 식물들은 사는 사람 따로 있고 키우는 사람 따로 있다. (절대 화나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것에 있어 하늘과 바람, 자연을 느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 되며, 그러므로 랩에는 '케미컬이 즐비한 공간에 감히 자연을 불러오겠다'고 시작한, 플랜테리어. 이것에는 사장1과 2가 모두 동의하고 합의하였다. 플랜테리어는 3년째 순항 중이고.

이 안에서 두 주인은 나름 분업이 잘 되어있는데:
섬사람이자, 마당 있는 전원주택에서 자란 사장1은 식물에 안목이 있는 편이어서, 그리고 식물에 있어서도 쇼핑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종종 크고 비싸거나, 희귀하고 키우기 어려운 식물을 주로 사 오는 편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전형적인 도시 촌놈인 사장2는 사장1이 사온 것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분업이 잘 되어, 잘 고른 식물을 잘 키운 덕분에 나무들은 벌써 랩에서 세 번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화분마다 각각 한 번씩은 분갈이를 해놓은 상태다. 분갈이는 직접 하지 못하고 최애 플로리스트 두 분에게 부탁하여 관리를 받고 있다.


3. 새로운 음료 3종

한 달 전 문뜩, '아- 크림소다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갑자기 말이다.
몇 년 전 해외출장 중 현지 본사의 구내매점에 있었던 크림소다에 너무 꽂혀서, 2개월 출장 기간 중 1일 1크림소다를 해치웠던 기억이 있는데, 너무나도 뜬금없이 그때 그 크림소다가 먹고 싶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

몇 번의 검색만으로 사장2의 추억의 음료를 랩으로 소환시켰다. 그리고 랩냉장고 안으로 한가득 들어채우고, 신상 음료자리로 등극!
예전 같았으면 인스타의 작은 기록으로 '신상 음료에요' 동네방네 떠들었을 텐데, (동종업계의 카피를 예방하고자) 아무 곳에도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방문하는 방앗간 참새들에게 나 홀로 열을 올리며 음료 맛있다고 쌍따봉을 날리며 추천을 했다. 누군가 확성기를 쥐여주었다면, 그 자리에서 음료 몇 박스는 팔았을 기세로 말이다. 하하-
그 노력으로 이제는 랩에 오면 자동으로 음료를 주문하는, 크림소다 마니아 몇 분과 진저에일 마니아 몇 분을 탄생시켰다.

누가 따라 한다며 신상 음료 홍보도 안 했던, 예민한 사장2는 온데간데없고 다시 블로그에 이렇게 에피소드를 빙자하여 음료를 홍보하는 이유는... 더 많은 참새들이 음료에 홀릭 되어 '나의 매입이 틀리지 않았음'을 미캐닉조에게 입증하기 위해서랄까.
또, '방앗간전용음료'로 지키기엔, 이젠 마켓컬리에서도 파는 음료가 되어서 다 부질없다는 걸 깨달아서.


이 세 음료는 음료를 만들 때 일반 설탕을 안 쓰고, 칼슘,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가 보존된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에, 끝맛이 부담스럽게 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크림소다는 탄산수에 진한 투게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녹아있는 것 같고, 진저에일은 랩의 예전 음료였던 분다버그보다 덜 달면서 진저 향이 은은하게, 레몬과 라임향도 같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 블랙체리는 향긋한 체리향이 느껴지는 탄산수.

그리고, 매장에서 참새들이 이 음료를 더욱 맛있게 먹었으면 하여 유리컵을 마련했다. (씨-익)



리젤디자인 탑캡들


4. 콕핏 꾸미기 인기는 여전

'오빠는 나랑 사귀면서 왜 딴 여자를 자전거에 붙이고 다니냐'는 핀잔에 '이 그림은 널 닮았다'며 재치 있게 대답하고 위기를 모면한 커플. 이거 붙인다고 빨라지거나 가벼워지거나 하지 않지만, 나의 소비는 실용적인 부분보다 감성적인 부분에 더 치중한다는 귀엽고 솔직한 참새. 콕핏 꾸미는건 일종의 책상 정리, 책상 꾸미기, 집 꾸미기 같은 거라고.

엑스트라라이트, 튠, 리젤디자인, 카보나이스 등 디테일을 중시 여기는 미캐닉조 덕분에 랩엔 작은 아이템이 끊이질 않는다. 조만간 또 신상 탑캡이 입고될 예정!



5. 만약 세라믹스피드 제품 중 우선순위를 둔다면

만약 여러분에게 아래 세라믹스피드 제품 중 무엇을 먼저 사겠는가'라고 묻는다면?
1) 비비 : 36만원 - 38만5천원
2) 빅풀리 : 68만원
3) UFO체인 : 20만원 (또는 UFO 드립 코팅제 : 9만5천원)
4) 휠베어링킷 : 68만원 - 70만원

몇 개월 전 세라믹스피드 본사 직원이 주도하는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두바이에는 세라믹스피드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이 있는데, 이곳에는 미캐닉이 무려 12명이나 된다고 한다. 모래 때문에 베어링 온전할 날이 없는 두바이에서는 4년 워런티인 세라믹스피드가 오히려 경제적인지라, 매우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 열두 미캐닉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이제 덴마크 세라믹스피드 본사의 직원으로 국내에 왔고, 명확하게 세라믹스피드 제품 업그레이드 순서를 짚어주었다.

정답은, 1) 비비 - 4) 휠베어링킷 - 3) UFO체인 - 2) 빅풀리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빅풀리는 자전거에 장착하면 독특하고 예뻐지기 때문에 와트 절감 순서에 관계없이 많이 선택한다고. 랩에서는 이 꿀팁을 입수하기 전부터 빅풀리보다 비비를 먼저 선택하기를 권장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만족도 또한 빅풀리를 달았을 때보다 비비를 바꿨을 때 훨씬 높은 편이었다.



분리한 빅풀리휠


 
살짝 담근 분홍빛 빅풀리휠


6. 비공식 컬러튜닝

요즘 랩에서 닉네임 '*장비병'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장2의 풀리휠. 빨간색은 내 자전거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은색으로 만들어달라는 거의 어리광 수준의 요청을 미캐닉조가 받아주었다.

*미캐닉조가 사장2한테 지어준 별명이다. 지난겨울 3개월 동안 주 6일, 평균 2.5시간 로라를 굴린 사장2는 본인의 실력을 끌어올린다는 핑계로 매장에서 장비에 탐닉하고 있는데,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라믹스피드의 빨간색 풀리휠을 수산화나트륨에 살짝 담갔더니, 예쁜 분홍으로 바뀌었다. 이 분홍을 그대로 쓸까 하다가, 역시 분홍도 안 어울리겠다 싶어, 하려고 했던 실버로 만들기로! 

*이 작업은 번외 작업으로써, 유상으로도 진행하지 않습니다. 또한 제품 자체를 변형시키는 일은 제조사에서 권장하지 않습니다.



광택 작업 중 / 완성!


7. SRM EXAKT 6개월 사용 소감

최초로 파워미터를 만든 SRM에서 작년 가을쯤 페달형 파워미터를 출시했다. SRM 치고는 꽤 늦게 출시한 셈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페달형을 내놓는다고 한 3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는데도, 워낙 테스트와 검사를 병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다보니 다 만들어놓고도 3년 내내 테스트를 하다가 이제서야 출시를 했다는. (이것은 업계의 소문일 뿐입니다.) SRM의 페달형 파워미터인 EXAKT는 이들의 자랑인 크랭크형 파워미터와 동일한 성능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름이 이그젝트exact! 일지도- 라는 추측도 해보았다. 하하-

이그잭트는 랩에서 닉네임 '장비병'으로 활동 중인 사장2가 작년 11월부터 현재까지, 6개월 동안 사용 중이다.
크랭크를 바꾸지 않고 현재 쓰고 있는 크랭크에 파워미터를 쓰고 싶었는데, 정식 유통되는 페달형 파워미터에서는 선택지가 몇 없었다. 당시에 구입한 이 제품은 초기 모델(1차 생산분)이라는 위험과 높은 가격이라는 두 가지 부정적인 요소만 제외하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추운 겨울부터 현재 봄 날씨까지, 인도어부터 필드, 그리고 한 번의 낙차까지 꽤 다양한 상황에서 이그젝트를 사용했다. 간단하게 리뷰하자면 단 한 번의 신호드랍도 없었다. 수치 오류도 없었고. WKO에서는 다른 파워미터보다 더 부드러운 그래프를 보여줬다.

몇 년 쓴 것도 아니고 아직까진 고작 6개월이지만,
'사후 처리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품 자체가 고장 없이 완벽해야한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쓰고 있다.

이그젝트 리뷰는 며칠 내로 새로운 포스트 하나로 묶어서 게시할 예정이다.



8. 겨울은 시나몬이지

오렌지시나몬향 과일향 차로 지난겨울을 보냈다. 랩에서 제공하는 음료 중 카페인이 없는 차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미리 담뿍 우려놓기도 하고, 공기가 건조한 탓에 두 주인이 온종일 달고 살기도 했다.
'계피향은 크리스마스'라는 공식이 있어서 그런지, 이 차를 참새들과 나눠 마실 때면 모두 '오- 겨울과 잘어울리네요'라고 말하곤 했고. 다 같은 마음으로 겨울을 음미했었다.



9. 유지보수

몇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구입한 천장 LED 조명도 서서히 램프가 껌뻑껌뻑이거나 아예 꺼지기도 하고, 신경 써서 잘 지었다고 생각했던 창고도 3년을 꼬박 사용하고 나니 보수공사가 필요해 진행하기도 했다. 분명 재작년 이맘때쯤 페인트칠을 한 것 같은데 벌써 낡은 느낌이 들어 실내 천장도 한 번씩 리터치를 해주었고, 랩을 만들 때부터 조금 약했던 앞 테라스 계단 데크는 아니나 다를까, 3년 만에 풀썩 주저앉았었는데 2층 분들께서 지난겨울, 튼튼하게 다시 보수하셨다.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는 마루 광 올리는 작업까지 포함하여,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사람을 맞이하는 일에는 여간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새삼 느끼는 중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것처럼, 공간의 사소한 것까지 모든 세포를 랩에 집중하고 있는 두 주인의 에너지가, 지금처럼 변치 않고 참새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큰 소망도 있다.



10. 사이토의 체크포인트

무지막지한 체크포인트를 만들어버렸다. 체크포인트 SL5 완성차를 구입함과 동시에 프레임과 시트포스트, 스템, 핸들바를 제외하고 전부 바꾸었다. 사이토와 이 프로젝트를 같이 하며, 몇 년 전 카즈야의 알레스프린트가 떠올랐다. 그때 카즈야도 알레스프린트 완성차에서 프레임만 빼고 전부 다 바꿔서 출고했었다. (하하- 이것은 민족성인가...라는 생각도 잠깐 해보면서.)

사이토는 키가 1m 정도 되는 딸을 자전거에 태우고 초장거리를 즐기는 라이더이다. 그의 아내도 사이토와 똑같이 자전거를 꾸리고 딸을 그와 번갈아가면서 태우고는 같이 브레베를 즐긴다.
자전거에 딸의 몸무게까지 합쳐서 거의 40kg 정도를 적재해야 하기 때문에 탑승자의 무게 제한이 없는 '에올루스 XXX 2'를 구입했고, 이 휠셋은 전투용으로 사용하기로. (체크포인트 프레임의 적정 하중은 135kg이다.)
ZIPP 404 NSW는 라이더의 무게 제한이 있지만 사이토가 꼭 갖고 싶었던 휠이라, 주로 혼자 탈 때 이용하기 위해서 구입했다.

정리하자면 이 체크포인트를:

 - 사이토 혼자 자전거를 만끽할 때는 ZIPP휠셋을 끼우고 휠베이스도 짧게 조절해서 속도감 있는 자전거로.
 - 딸을 자전거에 태울 때는 에올루스XXX2를 끼우고 휠베이스도 길게 조절해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자전거로 변신!



본트래거 올 뉴 에올루스 프로 3V (로드, 그래블 겸용)


체크포인트는 타이어를 45c까지 장착할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 미캐닉조는 두 가지 휠셋보다 차라리 순정 휠셋이 나을 것이고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다면 올 뉴 에올루스 프로 3V (본트래거의 그래블용 신제품 휠)를 권했다. 하지만 사이토는 본인이 체크포인트로 그래블 노면을 달리지 않을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 타이어 옵션을 변경하게 되더라도 28c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며 에올루스XXX2와 ZIPP404NSW를 선택.






11. 드림팀의 후일담

랩을 위해 결성한 드림팀 세 명은 알바옵틱스 스트라토스 촬영을 마치고 서로 본인의 부족함 때문에 괴로워했다.
사진작가가 되어준 병히는 장소 선정이 조금 아쉬웠고, 정물과 인물에는 강하지만 활동을 촬영하는 것은 조금 약했다며 본인 스스로 본인을 평가했다. 모델이 되어준 주미는 본인의 팔 다리에 흉터가 많은 것을 병히에게 미안해했고, 살을 좀 빼올 걸 그랬다며 부어 보이는 얼굴도 미안해했다. 편집자를 자처한 지혜는 읽을거리가 풍성하지 못했음에 많이 미안해했었다.

이 모든 아쉬움엔 '우린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라토스는 현재 랩에서 최고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의 주역들은 서로 '자신이 부족했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알바옵틱스 스트라토스 야외촬영본 갤러리에서 보기 | https://lab306.co.kr/gallery-gogglesandhelmets





2017년 2월부터 2019년 4월 중반까지의 식물장식


12. 2019년 4월, 이제는 화분을

이번으로써 총 네 번, 천장에 치장을 했다.
요즘은 조화가 생화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 초기 비용은 생화보다 조화가 많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것이라는 두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사장1은 늘 생화를 고집했다. 그리고 두 전문가도 그의 고집을 어느 정도 납득, 이해하는 눈치였고.

사장1은 시즌마다 매장이 바뀌는 것을 관찰하는 참새들의 재미를 제일 먼저 생각했고, 두 전문가와 대화를 통해 (거의 대부분 일임했지만) 본인의 생각이 표현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꺾은 꽃으로는 첫 2-3주 정도만 싱그러웠다. 나머지 2-3개월은 점점 낡아졌고. (물론 플로리스트 분들과 상의할 땐 꽃이 마르는 색상과 형태까지도 고려해서 장식을 했다.)

이번 네 번째 치장은, 사장2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키울 수 있는 화분을 걸기로 했다. 그동안은 에어컨/히터 바로 밑이라 식물이 살기 힘들고, 못해도 한 주에 한 번씩은 내려서 물을 줘야 하는 수고가 따르기에, 이렇게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한 번 정도는 이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화분으로-



2019년 4월 18일, 네 번째 천장



네 번째 치장을 마치고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까지 물주는 일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순탄하다. 에어컨과 히터 밑에서도 잘 버텨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하하-



13. 마무리 : 우린 같이 성장하고 있다

몇 개월 전, 사장1이 한 참새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 '우리는 같이 성장하고 있다'고.

"당신을 처음 만났던 4년 전의 랩을 떠올려보세요. 지금의 랩과 많이 다를 것입니다. 제품 구색도 다르고 연마한 기술의 가짓수도 달라지고 있으며, 표현도 달라지고, 제품을 들여다보는 능력치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럼 당신은 어떤가요? 그때의 당신과 현재의 당신은 같은가요? 제가 볼 때는 당신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같이 성장하고 있어요." 

랩뿐만 아니라 참새들 또한, 랩이 가는 길을 함께 걷고 있음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린 같이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