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t'day]BADLAB 3/4 REPORT : LAB306 그간 분해정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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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너의 지갑, 너의 사정 하나도 봐주지 않는 나쁜랩

많은 샵을 돌고 돌아서 온 정비들은, 정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간의 히스토리를 알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습니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는 빙산의 일각. 예를 들면, 작업자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비비 소음을 해결하면, 헤드셋이 문제라고 하여 열었으나, 알고 보니 다른 곳이 말썽이었던.

그 다음 큰 문제는 의사소통의 단어가 달랐던 것. 아픈 자전거의 이전 담당 미캐닉과 직접 대면할 수 없으니, 자전거 주인은 그간의 작업 상황을 세세하게 표현할 수 없고, 그렇다고 진료기록지를 가지고 다니는 라이더가 있을리가 있나. 그래서, 아픈놈은 계속 아팠습니다.

오직 자전거만 생각하는, 여러분의 지갑 사정일랑 전혀 고려치 않는 나쁜 랩! 



BADLAB이 도대체 무엇이죠?





1. BADLAB : 총 21건 진행 중, 그 중 5건이 랩에 첫 방문

자전거 업계에서는 아주 보기 드물게, 그리고 호기롭게 단 스무 대의 배드랩을 예약 진행 하겠다며 포부를 밝힌 미캐닉조.
그의 속마음은 스무 대를 꽉꽉 채우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정도면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겠다', '스무 대 정도면 무리하지 않고 손오공의 원기옥을 끌어모아 자전거를 재탄생 시킬 수 있겠다', '설마 스무 대가 다 채워지지는 않겠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장1과 2는, 우리를 모르는 참새들이 배드랩을 신청하기보다 그간 랩에서 경정비를 받았던 이들이 미캐닉조의 손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에 두르고 싶어 찾아올것이라 예상했죠.
보기 좋게 첫 번째 예상이 빗나가며, 2016년 10월말까지 총 21건의 배드랩을 접수 시켰고 그 중 5건(23%)이 한 번도 랩에 온 적 없는 랩뉴비_참새였습니다. :) 두 번째 예상도 적중 실패. 하하



2. 오메- 스케줄이 왜 이리 생겼는가

스물 한 대를 스케줄링 했다고 해서, 다른 작업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일부러 넉넉하게 한 주에 한 대의 배드랩만 진행할 것이라 계획했습니다. 애초에 기획 또한 한 자전거당 정비 4일 소요, 한 주에 한 대의 자전거만 분해정비. 작업의 흐름이 깨지거나 다른 자전거와 부품이 섞이는 것을 염려하여 무조건 분해정비는 일주일에 한 대만 하겠노라.

하지만, 한 달 반의 겨울방학을 계산에 넣지 않아 애초에 물리적으로 11월부터 2월까지, 4일 간격으로 한 대만 자전거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 했고 두 번째는, 11월이고 12월인데도 물밀듯이 들어오는 굵직한 정비건 덕분에 영업시간 중에는 즉각적인 정비처리를 하느라 배드랩 진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저녁 9시에 문 닫고 미캐닉조 홀로 배드랩 진행)

심지어 겨울방학을 보내고 웰-컴백한 1월 31일부터는 '미캐닉조 없이는 못 살겠어요'라며 (배드랩 스케줄과는 별개로) 한 주당 평균 4-5건 이상의 프레임 조립, 핸들바, 구동계 교체 폭탄을 맞았죠. 하하 겨울은 기변과 부품 교체의 계절인가봅니다. 저희 방학동안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자전거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미캐닉조는, '랩을 운영하며 2016년 시즌 때도 정비량이 많다 많다 했지만, 이렇게 정비만 하는 겨울은 또 처음'이라며 무척 놀랐다고. 겨울방학 안 보내고 왔으면 서러워서 울었을지도 모른다며 토로하기도. 하하



2016년 11월 1일부터 시작한 BADLAB



 

2016년 12월 19일부터 겨울방학



 2017년 2월 1일부터 다시 BADLAB 시작


 3월 17일까지 예정된 BADLAB





3. 단 한 명의 참새도 약속을 어기지 않는 기염氣焰

11월에 배드랩을 받은 참새는 몇 주전에 스케줄링을 했고, 2월에 예약한 참새는 4개월 전에 분해정비 스케줄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단 한 명도 약속을 안 지킨 참새가 없었습니다. 물론 예약을 진행한 사장2가 일정을 체크하며 일일이 알림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메시지를 보냈을 때 이미 기억하고 있거나, 먼저 저희에게 연락을 줘서 방문할 날짜를 체크하는 준비성을 보여주는 참새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정비가 끝났다고 연락을 드리면 찾아가기로 약속한 일자에 꼭 방문해서 자전거 리턴까지.

한창 자전거를 타야할 따뜻한 늦가을에 4-5일씩 분해정비를 맡겨준 참새들이나, 인도어 훈련 스케줄까지 빼가면서 서로의 약속을 소중하게 지켜준 모든 참새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사장1,2는 배드랩을 기획하며 한정 수량의 자전거만 접수 시키는 시스템, 몇 개월 전부터 일정을 조율해야하는 분해정비가 잘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노쇼(no-show)까지는 아니더라도 갑작스레 일정을 변경하고 싶다거나 부득이하게 취소를 요청하는 참새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것 또한 보기좋게 저희의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yes, hooray! 만세! 감사합니다.




 

4. 미캐닉조 인터뷰 1 : BEST BADLAB, F8
  - 미캐닉조가 뽑은 최고의 배드랩은 도그마F8.

스프라켓, 체인 오염이야 일상다반사라 배드랩 측에도 못 낍니다. 애초에 배드랩이 모래위의 성을 탄탄한 대지로 옮기는 일이니 대부분 케이블 라인이 길거나 짧아 변속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조립 자체가 잘 못 되어 여러가지 문제가 끊이질 않거나, 오랫동안 자전거 속을 뜯은 적이 없어서 답답한 참새들이 찾아오죠.

F8 주인은 저와 꽤 오래전에 인연을 맺은 라이더입니다. 이 형님 자전거가 등장하는 순간 '아- 올 것이 왔구나' 싶었습니다. 이 형님은 듀라를 써야만 하는 스타일이죠. 하루도 자전거를 거르지 않고 타기도 하거니와 정말 부품의 한계까지 도달하는 주행을 일삼기 때문에, 듀라가 아니라면 이 형님을 버텨낼 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멋지게 표현하자면 고가의 제품을 돈 값어치만큼 잘 사용하는 형님이에요. 다르게 표현하면 물건 아끼지 않는 스타일. 하하-

자전거를 거르지 않는 이 형님은 멋지게도, 해외 출장 일정에 맞춰서 분해정비 스케줄을 잡았습니다. 자전거를 맡겨야 한다면 탈 수 없을 때 맡기는. (역시 멋저부려! 하하)

카본 프레임 속에서 흙덩이가 떨어져나왔어요. 배드랩을 하면서 프레임 속을 물청소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죠. 그리고 모건블루 카본 폴리쉬 한 통을 다 뿌렸는데도 원하는만큼 광이 안 올라왔습니다. 프레임이 이 정도이니 부품은 오죽했겠습니까. 스몰파츠까지 전부 분해했는데, 어느 하나 멀쩡한 것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형님에게 물어보니 일 년 전에 다른 곳에서 분해정비도 받았었다고 하더군요. 이 무지막지한 오염들이 한 시즌만에 찾아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제 기준에는 광이 모자랐지만 형님은 아주 대만족하며 자전거를 찾아갔습니다. 하하- 

  - 분해정비 진행하며, 부러진 안장 쉘 발견
  - 바텀브라켓 베어링 교체
  - 세라믹스피드 풀리 구입 후 교체 (고객 요청)
  - 프론트휠 니플 고착으로 휠트루잉하며 스포크 파손, 수리 진행 완료




한 시즌 열심히 주인을 받쳐 준 고마운 안장, 쉘 크랙-



 프레임 속에 물줄기를 쏘고 흙을 다 뱉어낸 F8. 통풍 잘 되는 그늘에서 건조



 이맘때는 테라스가 따뜻해서 참새들이 많아, '눈으로만 봐주세요' 안내



 BADLAB 완료 후 : 앞 휠은 수리 중



     





케미컬을 이용하기 전에, 오랫동안 축적된 굳은 때는 스팀으로 불리는 작업 (부품마다 허용 범위 다름)





5. 미캐닉조 인터뷰 2 : 욕실용 오렌지 세정제
 - 미캐닉조가 뽑은 기묘한 사건

배드랩의 의의는 세척과 광내기에 있는 것이 아닌, 다시 완벽하게 조립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사용자가 이용하며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 다음 우선 순위가 있습니다.

바로 자전거를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것. 여기에는 세척과 윤활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배드랩을 마친 자전거는 당장 프로 레이스에 참가한다고 해도 자전거 탓을 할 수 없는, 성능적으로 완벽한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죠. 물론 가지고 있는 부품의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이지, 부품 튜닝(또는 업그레이드)을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에 제가 추구하는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때 빼고 광내기. 이건 뭐랄까, 말로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배드랩을 맡긴 참새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랄까, 제 손을 거쳐간 자전거에게 랩 표식을 심는 일이랄까. 스크래치를 없는 것처럼 되돌릴 수는 없지만, 녹 자국을 최대한 지우려고 수 백 번 문지르거나 림 옆의 본드 덩어리를 엄지에 물집 잡히도록 떼어내거나 금속 재질에 브라소를 하염 없이 문지르는 것을 배드랩 작업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룩675는 아무리 광을 내도 광이 안나더군요. 이 자전거도 역시나 F8처럼 모건블루 폴리쉬 한 통을 다 사용했습니다. 얘는 광이 올라와야 예쁜 자전거라, 작업 하면서 약간의 승부욕이 발동하더군요. '도대체 왜 광이 안 올라오는 걸까'
이 자전거는 조립이나 부품 마모는 특이사항이 없었고, 오직 프레임 광 내는 것이 유독 힘들었다고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주인 참새가 대답하길, '광이 왜 안 났던거죠? 저 그동안 열심히 오렌지 세정제로 프레임 잘 닦았었다구요'

그 한 마디로 며칠간 의아 했던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 됐어요. 산성으로 표면을 다 죽이고 있었구나. 하하-
다시 새 자전거가 된 룩675 주인 분은 이날 전용 폴리쉬를 구입하셨습니다. :)






BADLAB 완료 후 사진. 이전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


 

  










케이블 겉선 단면 매끄럽게 다지는 작업 : 배드랩 외에도 랩에서 진행하는 모든 케이블 작업에 포함된 과정




6. 미캐닉조 인터뷰 3 : 이모저모

평소에 다른 곳에 자전거를 맡길 때도 작업자가 괜찮은 실력을 가졌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서 정비를 받아왔던 분도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열어보니 조립부터 현재 관리 상태까지 나무랄 데 없는 인디펜던트가 그러했고, 세척 후 재조립 할 때도 인상 깊었죠.
프레임 속에 Di2 선을 고정하느라 케이블타이를 칭칭 감아 놓은 안타까운 자전거도 있었고, 작년 여름부터 배드랩을 꼭 받을거라며 마음 속으로 찜꽁 했었던 참새는 '분해정비 받을거니까 자전거 관리는 그때 몰아서 하자'며 자칫 배드랩 BEST2에 꼽힐 뻔하기도 했습니다. 하하

배드랩이라고 멋지게 이름 붙인 포스팅에 혹해서 덜컥 분해정비 예약했다가, 생각보다 잘 된 작업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참새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구요.




7. 마무리 : 보람
고생만 한 것처럼 글을 적긴 했지만, 각 작업의 끝은 항상 보람찼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고, 배드랩을 마친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즐거워할 참새들을 생각하면 힘든 것도 금세 잊혀졌습니다. 분해정비가 막 끝난 자전거를 끌고 바깥 라이딩을 하면, 자신의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샘솟거든요. 저희는 그런 상태의 자전거를 자주 타봐서 압니다. 라이딩은 자주 못하지만, 그런건 알아요. (웃음)
그래도 몰아서 정비를 받는 것보다는, 자주 관리하고 자주 랩에 와서 보여주는 것이 좋다는 걸 잊지 마세요. :)





 (+) 소식 : 2017년부터는 BADLAB이 없을 예정입니다.

작은 공간의 두 주인이 감당하기에 버거울 정도로 정비량이 늘어가고 있어, 넘치는 사랑이 무척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요즘엔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나면 실수한 것은 없는지, 서운한 표정으로 돌아간 참새는 없었는지 한 분 한 분의 표정을 다시 떠올리곤 하는데,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너무 빨리 소진하게 되면 혹여 의도치 않게 (작업)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내린 방편입니다.

일상의 정비나 모든 작업을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 전체분해정비는 매장 내 완성차, 프레임을 구입한 고객에게만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제한하고 매장 운영을 포함한 전체적인 흐름을 매끄럽게 다지려 합니다. 분해정비 대상을 제한적으로 두는 것일뿐, 조립이나 다른 정비에 변동 사항은 없으니 너무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
당연히 3월까지 일정에 잡힌 배드랩은 예정대로 진행하구요. :)

아직 시즌 시작도 안 했는데 너무 몸 사린다고 핀잔 주실 것 같지만, 여러 참새들에게 양질의 응대를 하기 위함으로 어여삐 봐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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